메즈칼과 데킬라, 비슷한 듯 다른 술의 차이를 알아보자!
데킬라와 메즈칼은 둘 다 멕시코의 아가베 식물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술이지만, 생각보다는 많이 다른 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아가베로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술로 오해를 하지만, 그 배경과 제조 과정, 심지어는 그들이 어떻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지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그 차이점에 대해 알아볼까요?

재료의 차이
데킬라는 "Tequilana Weber Blue Variety" 일명 블루 아가베만을 사용합니다. 이는 멕시코 정부에 의해 정해진 규정입니다. 이 아가베는 할리스코 주와 몇몇 인접 지역에서만 자라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어야 데킬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킬라의 '규정'이라것이 생기게 된 이유는 미국으로 수출하기위함이었는데요, 아시겠지만 현재에도 미국에 식품을 수출하려면 FDA의 엄격한 검사를 통과해야합니다. 수출에 적극적이었던 데킬라 업체들은 수출을 위한 규정을 제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메즈칼은 배제되게 됩니다. 데킬라만을 위한 규정이다 보니 블루아가베 이외에는 데킬라가 될 수 없는 폐쇠적인 규정이 되어버렸는데, 미국으로 수출한 데킬라가 대박이 나면서 데킬라는 메즈칼 중의 한 종류가 아닌 그 자체로 멕시코의 증류주의 대명사가 되어버리죠.

메즈칼은 다양한 아가베를 사용하며 Espadin, Cushe, Tobala, Tobasiche 등 30가지 이상의 아가베 종이 메즈칼 생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와하카를 포함하여 9개 주에서 생산되며 각 지역에서 재배 혹은 채취되는 다양한 아가베를 사용하기 때문에 각 아가베에서 오는 개별적인 특성이 메즈칼에 담아지게 됩고 획일화된 맛이 아닌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는 배경이 됩니다.
하지만 여러 지역에 분포한 작은 단위의 생산자들에 의해 조금씩은 다른 방법으로 증류되던 생산자들에게 규정과 조건에 맞추라는 일은 말처럼 쉽지는 않았고, 승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작업과 그에 따른 비용에도 많은 저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메즈칼 시장 확대와 발전를 위함에 동의하는 생산자가 많아짐에 따라 현재는 메즈칼에도 규정이 생기게 되었고, 이에 부합하는 많은 생산자에게 수출길이 열린 현재입니다.

생산 과정
일반적으로 데킬라와 메즈칼 모두 비슷한 생산 단계를 통해 술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디테일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목적은 같으나 방법의 차이가 확연히 다릅니다.
우선 찌는 과정인데요, 데킬라는 아가베의 심장이자 몸통인 피냐를 고온의 찜기에서 삶아집니다. 피냐를 찌게되면 딱딱했던 몸통이 부드러워지고, 분쇄를 하기에 알맞는 상태가 되죠. 이후 당분이 추출되고 알코올 발효의 기반이 됩니다.

메즈칼은 땅이나 진흙구덩이를 파 자연오븐을 만듭니다. 이 구덩이에 피냐를 굽게되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연기를 듬뿍 머금으며 4~5일간 천천히 익혀지며 부드러워진 피냐를 얻게되됩니다. 데킬라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인데, 이후 당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연기와 토양의 미네랄을 잔뜩 머금은 피냐는 메즈칼의 대표되는 특징인 스모키함을 갖게됩니다.

분쇄하는 과정 역시 많이 다른데요, 데킬라는 우리가 공장을 상상했을때 익숙한 기계를 통해 압착(Press) 와 분쇄(Shredd)를 통하지만, 메즈칼은 전통적인 방식인 타호나(Tahona)방식을 따릅니다. 화강암으로 만든 맷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흔히 공장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설비가 아닌 동물, 주로 말이 이 맷돌을 돌려 피냐를 분쇄하는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메즈칼은 전통주이기 때문에 기계를 사용함 효율성 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합니다. 이는 분쇄방법에 따라 셀룰로오스의 분해와 페놀과 테르펜 등 추출량에 차이가 발생하고, 분쇄과정에 발생되는 열의 차이에 따라 이후 발효나 증류과정을 통한 최종결과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됩니다. 메즈칼을 만드는 사람인 메즈칼레로들은 기계를 도입하면 세대에 걸쳐 만들어왔던 술과는 다른 술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전통이자 문화로서 메즈칼을 지켜내고자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증류에 사용되는 증류기의 재질이 다릅니다.
데킬라는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과 구리 증류기를 사용하지만, 메즈칼에서는 스테인리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구리나 클레이로 만든 증류기만을 사용하는데, 이는 증류하는 과정에서도 향과 맛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와인이나 위스키에서도 어떤 재질의 증류기를 사용했는지, 피니시를 어떤 캐스크에서 했는지에 따라 아예 다른 개성이 부여되어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는 것처럼, 메즈칼에서 전통적인 증류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고, 자연스러운 선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풍미의 차이
데킬라의 큰 특징은 미네랄과 과일노트, 허브와 시트러스가 특징입니다. 다만 데킬라의 맛과 향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는 제한되어있어 단조롭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든 술이 복잡성이 있고 깊이가 있을 필요는 없지만, 좋은 술 또는 비싼 술을 언급할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복잡성(Complexity)이에요. 데킬라에서 부족한 복잡을 부여하기 위해서 숙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실버나 플라타 등급은 전혀 숙성이 되지 않은 반면 레포사도 'Reposado' 또는 아네호 'Añejo' 등급은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동안 숙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래서 '좋은' 데킬라를 얘기할때 많은 소비자들이 숙성등급으로 판단을 합니다.

메즈칼은 분쇄 전 굽는 과정에서 얻게되는 스모키한 노트가 큰 뼈대이고, 땅과 연기, 가죽과 스파이스, 아가베에 따라서는 오렌지나 꽃향 시트러스와 소나무 등 줄기가 되는 다양한 노트를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 다양한 아가베를 쓰다보니 아가베 마다의 개별적인 개성이 다양하게 담기게 됩니다. 치즈와 멜론, 살구와 비프저키와 토피 등은 아가베 종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특이하면서도 개성있는 노트들입니다.
메즈칼은 숙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통적인 제조방식과 다양한 아가베를 통해 충분하고도 넘치는 특성과 풍미를 갖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숙성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그렇기 때문에 메즈칼의 좋고 나쁨을 얘기할때 숙성 등급을 잣대로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메즈칼 업계가 숙성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는 숙성된 메즈칼을 발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숙성된 메즈칼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고, 찾는다 하더라도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희소하고 매니악한 시장이지만, 전체 마켓 사이즈나 팬이 확대됨에 따라 숙성된 프리미엄 제품군은 천천히 성장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마무리하며
이처럼 데킬라와 메즈칼은 비슷한 듯 다른점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데킬라도 좋아하지만, 메즈칼에 대해서는 한국에 많이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두 증류주가 어떻게 다른지, 메즈칼은 데킬라와 비교해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술을 공부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비교를 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데킬라와 메즈칼을 비교시음해보시고, 또 바에 가셔서도 같은 칵테일의 베이스를 바꿔 주문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지않을까 싶어요!
